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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감] '캠프 마켓 아카이브' 나선 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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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28일 경인일보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3년 동안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진행할 '캠프마켓 관련 기록물 수집 및 구술 채록'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생산한 문서·사진·도면과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 기록물을 보관하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은 방대한 한국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참전한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관련 시기에 집중적으로 한국 자료가 만들어졌는데, 하도 많아서 그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미국 NARA는 역사학자에게 마치 이집트 고대 피라미드 같은 발굴의 대상이다. 파도 파도 끊임없이 자료가 나온다. 민감한 정보를 담아 열람이 제한됐다가 추후 공개된 '기밀 해제 문건'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1865년 4월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1861~1865) 제16대 미국 대통령 암살 사건에 관한 새로운 자료가 최근까지도 나오고 있다. 미국 NARA에선 자료를 1장이나 1건이 아닌 '높이'(피트·ft) 단위로 센다고 한다. 1피트는 30.48㎝다.

한국전쟁 전후 시기를 주로 연구하는 역사학자 전갑생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해마다 7개월 정도는 미국 NARA에 머물며 자료를 수집한다. 미국 NARA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국립기록관에 살다시피 한다. 올해 상반기도 4개월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한국 관련 자료를 발굴하다 최근 귀국했다.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진 전쟁 당시 폭격, 민간인 학살, 포로수용소 등에 관한 사진과 문건이 그의 손에 들려 국내로 들어온다.

 


기록물 수십만건 수집 '3년짜리 프로젝트'
美 NARA, 자료 많아 건수 아닌 높이 계산
애스컴 기지 인천사람들 고용돼 생계 유지
한국인 하청업체·베이커리 등 재구성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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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이 지난해 7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아카이브에서 한국전쟁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모습.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전갑생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인천 사회적기업 '모씨네(MOCINE)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기록물 수집 작업을 시작했다.

인천시가 캠프 마켓 아카이브 구축을 목적으로 추진한 '캠프마켓 관련 기록물 수집 및 구술 채록' 작업인데, 3년짜리 프로젝트다. 연구 시간 범위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다. 전 연구원과 모씨네 협동조합이 수집한 자료는 인천시가 역사, 교육, 문화 콘텐츠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 연구원은 캠프마켓에서 1930년대 말 일제 군수공장(일본육군조병창) 시기부터 해방을 거쳐 1949년 한국전쟁 직전 미군이 잠시 한반도에서 철수한 시기까지 생산된 자료만 수십만 건이라고 했다. 최근 캠프마켓이 폐쇄된 시기까지 시간 범위를 확대하면 미국 NARA와 세계 각국이 보유한 관련 자료는 수백만건 규모가 될 수 있다는 게 전 연구원 설명이다.

"미국이 생산한 자료뿐이 아닙니다. 해방 이후 부평 일본육군조병창에 관한 첫 조사 보고서는 미군이 아닌 영국군이 냈습니다. 영국군 조병창 보고서를 보면 국내 어느 연구자도 발표하지 않은 조병창 평면도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포로 90%는 영국군과 호주군이었는데, 연합군이 점령지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용소에 갇힌 포로를 풀어주는 것입니다. 영국군이 미군보다 먼저 조병창 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보입니다."

캠프 마켓 기록물 수집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 단계다. 전 연구원은 해외에 흩어진 사진, 영상, 문서를 수집해 세계사적 흐름에서 캠프 마켓을 보고자 한다. 캠프 마켓은 일제강점기, 미·일이 서로 적국이던 2차 세계대전, 해방 공간, 한국전쟁, 한국전쟁 이후 미·일 동맹 강화와 반공이데올로기 확산 등 굵직한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캠프마켓을 인천 지역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분석할 계획이다.

"해방 이후 미국 제24군단 직속 부대였던 군수지원사령부(애스컴·ASCOM 24th Corps)는 부평 조병창을 베이스 캠프로 전국 미군기지에 의료, 통신, 기계, 각종 물품을 배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미군의 군수 보급기지인데, 애스컴에는 미군만 있는 게 아니라 상당수 인천 사람들이 미군기지에 노동자로 고용돼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또 상당 부분의 미군기지 건물을 수리하거나 새로 짓는 사업을 부평과 인천에 있었던 업체들이 수주한 기록이 있습니다. 미군이긴 하지만 한국인이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 메커니즘이었습니다. 캠프 마켓 베이커리시설(빵공장)은 인천 쪽에서 재배한 보리를 군납해서 빵을 만들었습니다. 지역에서 나이 드신 몇몇 분만 기억하고 있는 사실인데, 애스컴 기지에서 발행한 신문에서 특집으로 다룬 내용입니다."

미군기지 주변 지역은 명암이 뚜렷하다. 전 연구원은 "저임금 노동, 인종 차별, 미군 범죄 등 미군기지 관련 문제가 많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미군 범죄에 관한 자료는 일부만 공개되고 아직 가려진 것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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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출신인 전갑생 연구원은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비롯한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와 민간인 학살, 경남 지역사 등을 연구했다. 그는 2016년 캠프 마켓의 유엔군 포로수용소를 답사하면서 인천에 관심을 가졌다.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가 진행한 '인천 역사자료 디지털 아카이브 사업'으로 한국전쟁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해 2020년 '인천과 한국전쟁 이야기'(글누림)를 펴냈다.

인천에서 한국전쟁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을 내세운 군사적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전 연구원은 그 이면에 있는 사람과 도시 이야기를 미국 NARA에서 발굴한 자료들로 풀어냈다.

"인천에서 한국전쟁에 관한 군사 중심적 이야기를 평화라는 측면으로 전환해 일반 대중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냉전 문화나 포로수용소, 민간인 학살 등 제가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진 주제가 모두 인천에 함축돼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Douglas MacArthur·1880~1964) 책상에는 매일 전황을 요약한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대규모 작전인 인천상륙작전 전부터 그 보고서에는 인천에 관한 내용이 아주 자세히 나오는데, 그 자료들에는 민간인에 대한 내용이 단 한 줄도 없습니다. 미군은 인천상륙작전 대상지인 월미도와 인천항 일대 민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폭탄을 투하한 이후 효과를 물적·인적 피해, 자연재해와 연결해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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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구원은 최근 모씨네 협동조합과 '캠프 마켓 오수정화조 기록화 프로젝트', '산업유산 아카이브' 등을 진행했고, '인천시립박물관과 학술조사사업' 등 인천을 주제로 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갑생 연구원은 다음 달 중순 자료 수집을 위해 또다시 미국으로 출국한다.

그는 "인천은 아주 작은 항구였지만, 제물포라는 지명이 있을 때부터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까지 이어지는 큰 흐름을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야를 넓히면 인천이 가진 잠재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전갑생 연구원은?

1971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부터 한학과 역사에 관심을 가졌으며 대학에서 국문학과 한국 현대사를 전공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원, 국가기록원 국외자료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 아카이브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냉전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경남, 섬의 역사'(2021·선인), '인천과 한국전쟁 이야기: 한국전쟁 70년, 평화를 묻다'(2020·글누림), '일본군 위안부 미국 관계 자료'(2020·선인), '주권의 야만(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2017·한울아카데미) 등이 있다.

 

 

출처 : 경인일보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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